영양이 면역을 결정짓는다
겨울이 오면 독감과 감기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린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성 유행이지만, 누구는 쉽게 지나가고 누구는 병원 신세를 진다.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최근 영양학계는 면역력의 기초가 ‘어릴 적 영양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지금의 식습관뿐 아니라, 성장기 때 영양이 면역 체계의 설계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어릴 적 결핍이 남긴 흔적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국제 연구에 따르면, 성장기 영양 결핍은 체중이나 키 문제를 넘어서 면역세포 구성, 림프조직 발달, 점막 방어력 등 면역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단백질이나 아연, 비타민A와 같은 미량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 림프구 생산 저하
- 면역글로불린 생성 능력 감소
- 감염에 대한 방어 반응 약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임상 및 전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돼 있다.
어린 시절 이러한 결핍이 장기간 지속되면,
성인이 되어도 감염에 더 취약하거나 회복력이 더딘 몸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참고 논문]
- Katona P, Katona-Apte J. “The Interaction Between Nutrition and Infection.” Clin Infect Dis. 2008;46(10):1582-1588.
- Schaible UE, Kaufmann SH. “Malnutrition and infection: complex mechanisms and global impacts.” PLoS Med. 2007;4(5):e115.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면역력은 회복 가능하다
중요한 건, 성장기 결핍이 있었더라도 지금의 식단과 생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의 원칙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체내 면역 체계는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1. 단백질을 기본으로 하는 균형 잡힌 식사
단백질은 항체와 면역세포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동물성과 식물성을 균형 있게 섭취하며, 매끼 단백질을 포함하는 식사가 중요하다.
2.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
특히 비타민 A, C, D, E와 아연, 셀레늄은 면역세포 기능 유지에 핵심적이다. 결핍 시 면역 반응이 둔화될 수 있다.
최근 국제영양학회지(Nutrients, 2023)는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집단에서 호흡기 감염률이 유의하게 높았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3. 위장 건강 관리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면역 반응에 직접 관여한다. 발효식품, 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장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4.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
수면 부족은 면역세포 활성도를 떨어뜨리고,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 반응을 과도하게 유도해 면역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백신과 영양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예방접종은 감염병 대응의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영양 상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신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아연과 비타민A가 결핍된 어린이에서 백신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독감 백신을 맞는 시기에는 식단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성장기 아동 등 면역 취약군은 면역을 ‘안에서’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면역력은 후천적 관리가 좌우한다
면역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성장 과정과 식습관, 생활 환경의 누적이 지금의 면역 체질을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면역력은 백신, 약, 운동, 수면, 영양 —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
이번 겨울, 독감이 걱정된다면 먼저 내 식탁과 생활습관을 점검해보자.
지금부터라도 면역은 회복할 수 있다.
📌 참고자료
- Katona P, Katona-Apte J. Clin Infect Dis. 2008.
- Schaible UE, Kaufmann SH. PLoS Med. 2007.
- Gombart AF et al. Nutrients. 2020;12(1):118.
- WHO. “Nutrition for Health and Development,” Gene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