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통증과 신경 손상을 유발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대상포진 백신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 연동건 교수팀의 세계 최초 대규모 분석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2024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50세 이상 성인 22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대상포진 생백신(생바이러스 기반 백신) 접종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약 23% 낮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해당 연구의 제1 저자인 이경민 석사과정 연구원(경희대 일반대학원 규제과학과)은 “20만 명 이상의 성인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병력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약 30% 증가했고,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약 30%가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백신 접종군에서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발생률이 뚜렷하게 낮아졌으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분석되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글로벌 분석 결과
한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도 2023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는 미국 내 65세 이상 약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10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군의 심근경색 위험이 16%, 뇌졸중 위험은 18% 감소한 것을 보고하였다. 연구진은 백신이 면역 반응을 안정화시키고 염증 반응을 줄임으로써 심혈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왜 백신이 심혈관 건강과 관련이 있을까?
대상포진은 전신 염증을 유발하며, 특히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백신을 통해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예방하면, 이런 염증 반응 자체를 차단해 심혈관계 질환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동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감염 예방 차원을 넘어서 백신이 만성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강조하였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언제 고려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은 50세 이상 성인과 면역저하자, 당뇨병·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백신뿐 아니라 재조합 단백질 백신(Shingrix)도 도입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특히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고지혈증 등 위험 인자를 가진 중장년층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백신 접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
결론: 백신은 심혈관 예방의 새로운 전략
경희대와 스탠퍼드대의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이 단순한 감염 예방을 넘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공중보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백신은 노년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예방의학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