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수행이 좋아졌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효과의 범위와 현실적인 활용법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몸이 아니라 머리가 먼저 포기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올라오면 근육은 아직 남아 있어도 동작이 무너지고, 호흡이 흐트러지고, 결국 멈춘다. 흥미로운 건 이 지점에서 말 한마디가 몸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짧은 구호를 외치고,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어떤 사람은 욕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실제로 욕설(금기어)을 뱉는 행위가 단시간 신체 수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
다만 “욕하면 무조건 강해진다”는 식의 해석은 위험하다. 이 현상은 욕이라는 행위 자체가 마법처럼 힘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욕설이 가진 금기성이 순간적으로 ‘자기 검열’을 느슨하게 만들고, 그 틈에서 수행이 조금 더 이어지는 쪽에 가깝다. 즉 핵심은 욕이 아니라 억제 해제(스스로 걸어둔 제한을 잠깐 푸는 것)에 있다.
욕설이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관련 연구들은 대체로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참가자에게 짧고 강도가 높은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한쪽 조건에서는 욕설 같은 금기어, 다른 조건에서는 의미가 중립적인 단어를 반복하게 한다. 그리고 수행 시간(버티는 시간), 반복 횟수, 순간 파워 같은 지표를 비교한다. 이런 실험에서 욕설 조건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보고들이 이어졌다.
이 흐름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운동 능력의 한계는 근육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근육을 가진 사람도 통증을 견디는 방식, 집중의 방향,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한계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욕설은 그 한계선에 손을 댄다.
‘아드레날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대중적으로는 “욕하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이 나오니 힘이 난다”는 설명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연구 논의는 더 복잡하다. 일부 실험에서는 욕설 조건에서 수행이 향상되었는데도, 전형적인 흥분 지표(예: 심박수 변화)가 생각보다 크지 않거나, 효과를 전부 설명하지 못하는 양상이 보고됐다. 다시 말해 욕설 효과는 단순한 ‘각성 상승’보다는 심리적 억제와 통증 신호 처리 방식의 변화에 더 가깝다.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가 있다. 욕설은 통증 상황에서 내성을 높이거나 불편감을 덜 크게 느끼게 만든다는 연구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통증이 사라진다’기보다는, 통증 신호가 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 결과 “힘들다”는 감각이 여전히 존재해도, 그 감각이 행동을 멈추게 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모든 운동에 통하는 비밀 무기일까
그렇지 않다. 욕설 효과가 관찰된 과제들은 공통점이 있다.
- 대체로 짧고 강도가 높은 과제
- 근지구력이나 순간 파워처럼 ‘한계점’이 비교적 빨리 오는 유형
- 기술 정밀도보다는 버티기·밀어붙이기에 가까운 수행
반면 장거리 지구력, 고도의 기술 스포츠, 협업이 필요한 팀 스포츠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욕설이 흥분을 올려 기술을 망치거나 판단을 흐릴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이 문제다. 헬스장, 직장, 학교, 가정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욕설이 갈등과 불쾌감을 만들 수 있다. 운동 성과가 조금 좋아지는 대신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익숙함’이다. 욕설의 작동점이 금기성이라면, 평소 욕설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그 금기성이 약해져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즉 누군가에겐 분명한 ‘스위치’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없을 수 있다.
현실적인 결론: 욕이 아니라 ‘브레이크 해제’ 전략을 갖는 것
여기서 독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지점은 이것이다.
욕설이 불편하거나 부적절한 환경이라면, 같은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 핵심은 ‘금기어’가 아니라 자기 억제를 풀어주는 장치다.
욕 없이도 쓸 수 있는 3가지 대안
- 힘구호(비속어 아닌 단어)
- “하나 더”, “지금”, “버텨”, “끝까지”처럼 짧고 단호한 단어를 리듬 있게 반복한다.
- 중요한 건 내용보다 리듬과 단절감(머리 속 잡생각 차단)이다.
- 수행 단서(Self-talk)
- “복부 고정”, “어깨 내리기”, “무릎 밀기”처럼 자세 단서를 반복해 ‘고통’ 대신 ‘기술’에 주의를 붙인다.
- 통증 자체를 없애기보다 통증에 대한 주의 점유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 호흡 루틴
- 힘이 필요한 구간에서 짧게 내쉬는 패턴을 만든다(예: ‘후-’).
- 호흡이 리듬을 만들면 불안과 급격한 포기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세 가지는 욕설이 가진 ‘스위치’를 다른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목적은 같고, 부작용(타인 불쾌감, 분위기 악화)을 줄일 수 있다.
정리: “욕하면 힘 난다”는 말은 ‘조건부로’ 맞다
욕설이 단시간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고, 어느 정도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욕이 건강에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정확한 해석은 이렇다.
- 욕설은 금기성을 이용해 자기 억제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다.
- 효과는 주로 짧고 강도가 높은 수행에서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 개인의 언어 습관과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고, 사회적 비용이 생길 수 있다.
- 욕이 불편하다면, 같은 목적을 가진 구호·자기대화·호흡 전략이 실전적으로 더 낫다.
운동에서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이 나의 브레이크를 어떻게 다루게 하느냐다.
참고문헌
- Stephens R. et al. American Psychologist. Swearing and performance (state disinhibition) 관련 연구.
- Stephens R. NeuroReport (2009). Swearing and pain tolerance.
- Stephens R. et al. (2018). Swearing and strength/power performance.
- Washmuth NB. et al. (2024). Swearing and physical performance mini-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