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삼겹살을 구워서 상추에 싸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상추쌈은 고기와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사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인 식문화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상추에서 검출된 특정 대장균(STEC)이 젊은 사람의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STEC란 무엇인가?
STEC는 ‘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의 약자로, 시가 독소를 생성하는 대장균을 뜻한다. 대표적인 균주로 O157:H7이 있으며, 극소량만 섭취해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균은 식중독, 출혈성 장염, 용혈성요독증후군(HUS) 등을 유발할 수 있다.
STEC는 어떻게 대장암과 연관되는가?
영국 보건당국은 STEC의 시가 독소가 장내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대장암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STEC 감염이 유전자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은 최근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추가 STEC에 오염되는 이유는?
상추는 뿌리부터 잎까지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자라며, 재배 환경이 축산 폐수나 오염된 물, 동물의 배설물에 노출될 경우 쉽게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 생으로 섭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염된 상추는 바로 인체로 STEC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WHO의 권고사항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 속 STEC 감염 사례에 대해 각국에 철저한 감시와 예방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잎채소류의 위생 관리 강화를 통해 감염병 예방 및 암 발생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인의 경우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한국인은 삼겹살과 함께 상추쌈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있다. 이는 영양학적으로는 고기 섭취 시 채소와 함께 섭취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상추에 대한 소비량이 높은 만큼 오염된 상추를 섭취할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생채소의 위생 상태가 불확실할 경우 STEC 감염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STEC로부터 안전하게 식사하는 법
상추는 흐르는 물에 잔여 흙과 오염물질이 없도록 충분히 세척해야 한다.
- 가능하다면 샐러드용 채소도 끓는 물에 데치거나 식초물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좋다.
- 육류, 생선과 채소는 별도 보관하며, 조리도구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 채소 손질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조리 전후 칼과 도마의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 포장된 채소의 경우 ‘살균 처리’ 또는 ‘세척 완료’ 표시를 확인하고, 유통기한 내에 섭취해야 한다.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으로
STEC에 감염되면 보통 3~5일 내에 복통, 설사(특히 혈변), 구토, 미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젊은 연령층에서도 증상이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간혹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맺으며
상추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채소이며, 삼겹살과 함께 먹는 상추쌈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런 익숙함이 자칫 경계심을 늦추게 할 수 있다. STEC와 같은 세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위생적인 준비와 섭취를 통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추쌈은 여전히 훌륭한 식문화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위험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