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건강 이슈 가운데 최근 특히 주목받는 주제가 있다. 바로 ‘남성 갱년기(Late-Onset Hypogonadism, 이하 LOH)’다. 일부 보도에서는 “40대 남성 4명 중 1명이 LOH에 해당한다”고 소개하며, 팔 다리가 가늘어지는 체형 변화까지 그 징후로 제시한다.
흥미로운 숫자이긴 하지만, 이 통계가 주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본 글에서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남성 갱년기의 실제 실태와 오해,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LOH란 무엇인가
남성 갱년기란, 나이 들며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남성호르몬(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신체와 정신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40세 이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매년 1% 정도씩 자연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만으로 진단을 내리진 않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와 함께 피로, 우울감, 성욕 감소, 근육량 감소 같은 증상이 동반돼야 진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외 의학계는 혈액검사와 자각 증상을 모두 반영한 종합적 진단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증상, 정말 LOH 때문일까?
일부 기사에서는 중년 남성의 팔·다리 근육이 가늘어지는 현상을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
우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근육량과 관련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체형 변화는 남성호르몬 외에도 운동 부족, 단백질 섭취 부족, 수면의 질,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갑상선·신경 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날 수 있다.
즉, 팔 다리가 가늘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LOH라고 보긴 어렵다. 자극적인 표현이 경각심을 줄 순 있지만, 모든 중년 남성에게 해당된다는 듯한 단정은 피해야 한다.
남성 갱년기의 진단과 치료
LOH가 의심될 경우,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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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총 테스토스테론, 유리 테스토스테론, 성호르몬 결합글로불린(SHBG) 수치를 확인한다. -
증상 평가
피로감, 무기력, 성욕 저하,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우울감, 복부비만 등 자각 증상을 함께 평가한다. -
생활습관 검토
식습관, 운동량, 스트레스, 수면 습관 등 일상 요인까지 분석해 원인을 다각도로 본다.
치료는 대부분 생활습관 개선으로 시작된다. 규칙적인 근력운동, 단백질 중심 식단, 체중 관리, 수면 개선, 음주·흡연 줄이기 등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호르몬 보충 치료(Testosterone Replacement Therapy, TRT)는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환자에게 시행되며, 전문의의 정밀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작용과 금기사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계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신호
최근 보도에서 인용한 “40대 남성 4명 중 1명 LOH 의심”이라는 통계는 남성 건강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이 수치가 자가 설문 기반인지, 실제 진단 기준에 따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팔 다리가 가늘어졌다’고 해서 갱년기로 자가진단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차분히 점검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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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로감이 심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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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해도 근력이 잘 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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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이나 의욕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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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 저하나 무기력감을 느끼는가?
이런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남성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그 증상과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자극적인 표현이나 과장된 통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중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숫자일 뿐이다. 더 중요한 건 내 몸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조치를 차분하게 시작하는 일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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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성과학회. 남성 갱년기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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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 FC et al. “Identification of Late-Onset Hypogonadism in Middle-Aged and Elderly Men.” N Engl J Me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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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sumoto AM. “Andropause: Clinical Implications of the Decline in Serum Testosterone Levels with Aging in Men.”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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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ley JE et al. “Validation of a Screening Questionnaire for Androgen Deficiency in Aging Males.” Metabolism.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