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GLP-1), 술 욕구도 낮출까? — 알코올 중독 치료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

요약: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계열 약물이
알코올 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 환자의 음주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임상 초기 단계이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 비만치료제가 술 생각도 줄여준다고?

최근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를 복용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군은
위약군보다 음주 욕구(craving)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폭음 횟수와 음주량도 일부 감소했지만, 전체 음주 일수는 뚜렷하게 줄지 않았다.
즉, 술에 대한 ‘갈망’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행동 변화를 입증하려면 더 긴 추적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는 “GLP-1 약물이 단순한 식욕 억제제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대사 조절 약물이 뇌의 보상 회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GLP-1이란? — 당뇨와 비만 치료에서 출발한 약물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 약물은 원래 당 조절 호르몬으로,
식욕 억제·포만감 유지·혈당 안정화 작용을 한다.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유지시키며, 그 과정에서 술의 흡수 속도 또한
느려질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결과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어
취기 상승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GLP-1이 뇌의 보상회로(VTA–NAc)를 조절해
알코올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즉, 술로 인한 ‘쾌감 신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관찰연구가 보여준 또 다른 가능성

대규모 코호트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GLP-1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비슷한 조건의 다른 약물 복용군보다
알코올 관련 질환 진단율이 낮았다는 통계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고,
생활 습관·건강 관심도·체중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술 줄이는 약”으로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4. 아직 ‘연구 단계’임을 잊지 말자

현재 GLP-1 계열 약물은 비만 치료와 제2형 당뇨병 치료만 승인되어 있다.
알코올 중독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허가(off-label) 사용이다.
개인이 자의적으로 복용하거나, 의료진 상담 없이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GLP-1 약물은 메스꺼움, 구토, 복통, 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며,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5. 전문가가 조언하는 ‘현명한 접근’

표준 치료가 우선: 행동치료, 상담, 승인된 약물(나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의료진 상담 필수: 개인의 간 기능, 복용 약물, 대사 상태에 따라 위험이 달라진다.
임상시험 참여: 현재 여러 나라에서 GLP-1과 AUD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연구 참여 여부를 의료기관에 문의할 수 있다.
생활 습관 병행: 수면·운동·균형 잡힌 식사·사회적 지지체계 활용이 치료 성과에 영향을 준다.

6. 의학 전문기자의 시선으로 본 결론

GLP-1 약물의 알코올 사용장애 응용은 ‘대사와 뇌 보상 시스템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새로운 시도다.
아직은 가능성의 문턱에 있지만,
비만·당뇨 치료제에서 출발한 약물이 정신건강·중독의학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 “가능성”과 “확실함”은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기대가 아니라, 근거 축적과 장기 연구의 인내다.

술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새로운 약”보다 검증된 치료와 꾸준한 회복 지원이 먼저다.
연구는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지만, 회복은 언제나 의지와 전문가의 도움 속에서 이뤄진다.

참고 논문 및 출처

이 칼럼은 의학 전문기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건강 정보로,
개인의 질병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약물 복용 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