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코막힘, 피 섞인 콧물…비염인 줄 알았다가 ‘부비동암’ 진단

■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착각하는 ‘침묵의 암’

고(故) 백성문 변호사의 별세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지난해 부비동암 진단을 받고 수술·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비염으로 오인했으나 암은 이미 눈 주위와 안와(眼窩)까지 침범해 한쪽 시력을 잃었다.

부비동암은 코 주위를 둘러싼 공기주머니(부비동)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전체 암의 0.2% 미만을 차지한다. 희귀하지만 치명적이다. 초기 증상이 비염·축농증과 유사해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쪽 코막힘, 피 섞인 콧물, 안면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다.

■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

부비동은 해부학적으로 뇌, 눈, 치아, 비강과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종양이 커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고, 통증이나 부종이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2023년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부비동암의 60% 이상이 3기 이상 진행 후 진단된다.

또한 이 부위는 수술 접근이 까다로워 완전 절제가 어렵다. 암이 안와나 뇌저(머리뼈 바닥)로 침범하면 수술 범위가 제한되고, 시력 손상·안면마비·미각 이상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 원인과 위험 요인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가이드라인(2024)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요인이 부비동암 발생과 관련 있다.

  • 흡연: 지속적 흡연은 비강·부비동 점막의 DNA 손상을 유발한다.
  • 직업적 노출: 목재 분진, 가죽가루, 니켈·크롬·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 노출 직군에서 위험이 높다.
  • 만성 염증: 만성 비염·축농증 등 지속적 염증이 암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일부 연구에서는 부비동암의 10~15%가 HPV 감염과 연관됨을 보고했다 (Cancer Reports, 2024).

■ 증상으로 구별하는 법

구분 일반 비염·축농증 의심해야 할 부비동암
코막힘 양쪽 또는 번갈아 가며 한쪽만 지속적으로 막힘
콧물 맑거나 끈적함 피 섞이거나 악취가 남
통증 코 주변 압박감 안면 한쪽 통증, 치통 유사 통증
눈 증상 드묾 눈물 과다, 시야 흐림, 안구 돌출
기간 수주 내 호전 2주 이상 지속 또는 악화

■ 최신 치료 접근: 맞춤형 복합요법

치료는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를 병행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다. 최근에는 두경부암 전문센터에서 내시경 기반 최소침습 수술이 늘고 있으며, 수술 후에는 정위방사선치료(IMRT)로 잔여 암세포를 정밀하게 제거한다.

2024년 미국 두경부암학회(AHNS) 보고에 따르면, 3기 이하 조기 발견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에 달하지만, 진행암(4기)에서는 30% 미만으로 급감한다. 따라서 ‘의심 증상 발견 → CT·MRI·조직검사’의 신속한 진단 체계가 중요하다.

■ 예방법과 생활 관리

  1. 흡연·음주를 피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부비동암 위험이 2.5배 높다.
  2. 분진·화학물질 작업 시 보호구 착용. 작업장 환경 개선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3. 지속되는 코막힘·통증 시 즉시 검진. 비염약으로도 낫지 않는 경우 반드시 영상검사 권장.
  4. 정기 건강검진 시 이비인후과 항목 포함. CT 촬영이 어렵다면 내시경 검진만으로도 조기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 기자의 시선 – ‘조용한 신호’를 놓치지 말자

암은 대개 통증 없이 자란다. 특히 부비동암처럼 코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암은 스스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결국 환자 스스로의 ‘감지력’이 조기 진단의 열쇠다.

“감기겠지, 비염이겠지.” 이런 자기 위안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쪽 코막힘이나 피 섞인 콧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 불편이 아니라 ‘도움 요청 신호’일지 모른다.

참고 문헌

  •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비강 및 부비동암 진단·치료 가이드라인 2024 개정판
  •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 Vol. 34(7), 2023
  • Cancer Reports, 2024; “HPV-Associated Sinonasal Malignancies: Molecular Pathways and Prognostic Factors”
  • American Head and Neck Society Annual Meeting, 2024

댓글 남기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