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전 에너지 드링크는 필수”라던 그녀, 돌연 심장마비로 쓰러지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출신의 28세 여성, 케이티 도넬(Katie Donnell)은 평소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인물이었다. 소셜미디어에는 그녀가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을 찾는 모습과 단백질 쉐이크, 클린 식단에 대한 관심을 공유해왔으며, ‘운동하는 삶’ 자체가 그녀의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케이티는 운동을 마친 직후 탈수 증세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심정지로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의료진은 그녀의 사망 원인을 ‘급성 심장마비’로 판단했고, 부검 결과 운동 전 상습적으로 섭취해 온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가 심장 기능에 부담을 준 주요 인자로 지목되었다.
에너지 드링크에 숨겨진 자극의 함정
케이티가 주기적으로 섭취한 에너지 드링크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으로, 한 캔당 300mg 이상의 카페인, 타우린(1,000mg), 구아라나 추출물, 인삼, 비타민 B군이 포함된 고자극 조합이었다. 이 같은 성분은 짧은 시간 내 각성 효과를 주지만, 동시에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교감신경 과잉 자극이라는 생리적 반응을 유도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음료”로 규정했으며, 특히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 심혈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 혹은 운동 직전 음용할 경우 돌연사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하였다.
운동과 에너지 드링크의 ‘위험한 공존’
운동은 본래 심장을 강화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지만, 에너지 드링크와 병행될 경우 그 효과는 정반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섭취한 직후의 상태는 이미 심박수가 상승하고, 혈압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 위에 고강도 유산소나 근력운동이 겹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2021년 《Clinical Nutrition Journal》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후 운동을 수행한 대상자의 경우 QT 간격 연장과 심장 부정맥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이는 심실세동, 급성 심정지와 직결될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케이티 도넬 역시 하루에 2캔 이상의 에너지 드링크를 섭취한 것으로 알려져, 이와 같은 생리학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의학계의 경고, 소비자는 무방비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제품은 건강 보조 식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성분 함량 표기가 불명확하거나, 고카페인 경고 표시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케이티 도넬의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은 에너지 드링크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의 ‘과도한 각성 추구’ 문화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WHO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 및 젊은 성인은 에너지 드링크의 주요 소비층이며, 이들의 심혈관계는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아 더 취약하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소비자 주의와 올바른 생활 습관이 해답
케이티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자극적 에너지 추구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편리함과 활력이라는 단어 이면에 감춰진 건강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 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수분 섭취, 복합 탄수화물 섭취, 적절한 휴식을 권장하고 있으며, 에너지 드링크는 “특수 상황에서만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보조 수단”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