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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4.3을 박제하다”

노벨 문학상을 우리 작가가 받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 상상을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로 우리에게 실현해 주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은 우리말을 번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벨 문학상은 어려울 것이라 말씀했고,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했었는데. 무엇보다 이 글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주 4.3 기록을 보며 놀라고 충격을 받고 믿기지 않았는데, 30만 제주 시민 중 3만 명이 희생된 슬픈 제주를 이렇게 전세계 인류에게 각인시킨 한강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일전에 활주로 아래서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모티브로 이 작품을 구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며 내 발 아래에도 원한의 유골이 묻혔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어느 비바람이 몹시 치던 제주의 밤하늘을 보며 원혼의 눈물이 아닐까 하며 검은 바다를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제주에는 제사날이 같은 집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고, 학교 운동장 학살 현장에서 울며 기어나오는 간난아기를 대검을 꽂아 들었다던 서북청년단의 믿을 수 없는 얘기도 스쳐지나 간다.

차가운 눈이 얼굴에서 녹지 않는다는 죽음의 표현, 그리고 수백 명의 시체 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찾기 위해 시체 얼굴 위에 눈을 쓸며 느꼈을 두려움과 슬픔이 그대로 와 닿는다. 그때의 눈이 사라지지 않고 물의 순환에 따라 오늘 내가 맞고 또는 마시고 있는 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 제주의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소설은 개연성 있는 허구라는 말이 있다. 그날의 기록은 아니지만 한 작가의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곁들인 허구의 작품이 더 사실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죽음은 내 기대를 멈추게 하는 내 밖의 우연적 상황이라는 샤르트르의 말처럼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에 삶과 죽음이 결정었던 아니 결정되는 우리 삶은 풀기 난해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우리는 삶을 이어간다. 60여년 전의 비극적 시대상을 살고 있지 않지만 개개인의 삶은 모두가 치열한 전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내 밖의 우연인 죽음이 내 기대를 자를지라도 우리는 지금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내 기대가 멈추는 그날 나는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라는 말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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